[키워드 경제(68)]취업시장에서 확인된 '수저 계급 세습화'... 개선책 절실해

부모 소득 높은 금수저 청년, 고학력과 고스펙 요구되는 대기업 취업 가능성 높아
소득 1분위 출신에 비해 소득 10분위 출신 청년의 소득이 33% 높은 것으로 드러나
대기업의 직무능력 중심 채용제도의 부작용...인턴십, 해외연수 등 '부모 찬스' 중시해
중소기업 재직자 A씨, "대입제도와 채용제도 자체가 금수저 출신에게 유리한 구조"
[굿잡뉴스=이성수 기자] 청소년기에 부모 소득이 많은 계층이 대기업과 같은 고임금 직종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고학력, 고스펙이 요구되는 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기업이 직무능력을 중요한 채용조건으로 삼으면서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직업교육을 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 입사후 필요한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턴십이나 해외연수 등의 자기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 개발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흙수저, 금수저 등 이른바 '수저 계급'이 세습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취업시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수저 계급 세습화'를 막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지은 노동연구원 전문위원과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2일 '경제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부모의 소득·학력이 자녀 임금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노동패널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80년~1990년대 출생자의 경우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과 본인의 임금 사이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은 "만 14세 당시 경제적 형편이 어땠냐"는 질문에 대한 조사 대상자의 응답을 5가지 수준(평균보다 훨씬·약간 낮았다-평균-평균보다 약간·훨씬 높았다)으로 분류한 것이다.
자녀의 임금은 아르바이트·인턴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아닌 첫 번째 일자리의 3년간 임금을 평균값으로 사용했다. 주관적 부친 가구소득이 한 단계(5가지 분류상) 높아지면 1980년대, 1990년대 출생자의 임금은 각 9.8%, 9.1% 늘었다.

다만 1960년∼1970년대생의 경우 '수저 계급 세습화' 현상이 유의미하게 관찰되지 않았다. 1960년대, 1970년대생은 고도 성장기에 어떤 일자리에서든 높은 임금 상승률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과 정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발생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특히 1980∼1990년대 출생자에게 집중적으로 적용된다.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로 대표되는 소수의 1차 노동시장과 나머지 일자리의 임금 양극화가 심해졌고, 1차 노동시장 진출을 위해 대졸 학력 이외 해외연수, 공모전 출품, 전공 관련 자격증, 해당 분야 인턴십 등 부모의 재력이 필요한 사항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1980∼1990년대 출생자를 대상으로 '객관적 부친 가구소득'과 임금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양(+)의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객관적 부친 가구소득은 자녀가 만 14세 당시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 가구소득인데, 5개 분위(하위 20% 1분위∼상위 20% 1분위) 또는 10개 분위(하위 10% 1분위∼상위 10% 10분위)로 구분됐다.
5분위 분석에서 1분위보다 4분위, 5분위 자녀의 임금은 각 14%, 18% 높았고 10분위에서 10분위 자녀의 임금은 1분위를 약 33%나 웃돌았다.
이 위원과 정 교수는 "부모 가구소득의 양극단에서 자녀 임금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빈부의 대물림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재직자인 30대 A씨는 굿잡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재학중 학비와 자취 비용을 벌기 위해 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면서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나 공기업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대학생은 부모의 지원 아래 충분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의 경우 부유층 자녀들이 유리한 학생부종합전형 등으로 대세"라면서 "대학입시에서 부모의 재력이 필요한데 취업 과정에서 또 다시 부모 재력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