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탄생한 '메가 캐리어', 건설적 구조조정이 새로운 과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완료…'독점 우려' 딛고 통합 과제
세계 14개국 기업결합 승인 完…2년간 '화학적 결합'
기단 운영 효율성 높아지지만…소비자 편익 저해 우려도
지방 거점인 아시아나 자회사(LCC)들의 운영 효율화 필요
조종사 및 승무원 조직간의 기수문화 통화 등도 과제
상당수 직원의 고용안정성 위협받을 수 있어
[굿잡뉴스=권민혁 기자] 우리나라 대형항공사(FSC) 간의 첫 기업결합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11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끝으로 일단락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국내 유일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일부로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내달 중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항공사들의 새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이후 약 2년간의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문화 융합, 마일리지 통합 등의 화학적 결합 절차에 역량을 모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에 따른 항공 경쟁력 상승이 기대된다. 다만 업계의 경쟁이 위축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항공권 가격 상승과 소비자 편익 감소 등의 폐해에 대한 우려는 통합 항공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4년 가까이 이어진 세계 14개 '기업결합 필수 신고국'의 승인 절차는 이날부로 종결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8일 최종 승인한 데 이어 미국 법무부(DOJ)가 신주 인수 이전까지 합병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사실상의 승인 결정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상법에 따라 신주 대금 납입일 하루 뒤인 12일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상법은 납입 기일의 다음 날부터 주주(신주 인수인)의 권리·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대한항공은 다음 달 16일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새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새 경영진 체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2026년 말까지 자회사로 운영하며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화학적 통합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우선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절차에 집중할 방침이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된 2026년말 이후부터다.
나아가 조종사 간 기수 정리를 비롯한 조직문화 융합과 인력 교류, 통합 기업 이미지(CI)와 기체·유니폼 디자인 등도 자회사 운영 기간에 진행될 예정이다.
통합 기간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개 LCC를 '통합 진에어'로 합치는 작업도 이뤄진다. 3사 통합 역시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심사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통합 항공사의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화물 12대)를 합쳐 총 238대에 달한다.
매출과 자산 규모 등도 크게 불어난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통합 매출은 21조1천억원(대한항공 14조6천억원·아시아나항공 6조5천억원), 통합 자산은 42조8천억원(대한항공 31조원·아시아나 11조8천억원)이다.
양사가 합쳐 몸집을 불리면서 노선과 기단 운영의 글로벌 경쟁력이 향상되고, 중복 노선 간소화와 직원 교육 일원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지면서 보유 기단은 58대(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2대, 에어서울 6대)로 기존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넘어 LCC 선두에 올라서게 된다.
다만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며 독과점 체제에 따른 운임 상승과 중복 노선 통폐합으로 인한 소비자 선택지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나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항공기 운영과 노선 중복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두 항공사의 기단은 총 238대로, 이 중 중복되는 노선과 항공기는 통합 수익성을 위해 축소하거나 재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 거점을 두고 있는 아시아나 자회사(LCC)들의 운영 효율화는 구조조정의 핵심이 될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운영 방식과 조직 문화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조종사 및 승무원 조직 간의 기수 문화 통합은 중요한 도전 과제로 꼽힌다. 기수 정리는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나,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통합 진에어'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복되는 관리 및 운영 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독립적 정체성이 사라질 경우, 관련 지역의 고용과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 중복 인력의 정리가 불가피할 경우, 상당수 직원의 고용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등 전문 인력의 재배치와 교육이 필요하지만, 일부 직군에서는 희망퇴직이나 전환 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점진적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026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조직과 문화를 통합하는 시나리오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에 전면적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단 효율화를 위해 중복 인력을 조정하고, 지방 거점 LCC 통합에 따른 인력 감축을 단기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용 절감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지만, 직원 및 지역 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은 통합 항공사의 장기적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직원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 사회적 책임 감안, 소비자 편익 유지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