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2026-04-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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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기업은행은 판결 전 선제 지급, 기아차는 10년 법정공방… 중소기업은 ‘그림의 떡’

 

[굿잡뉴스=이성수 기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이 이어짐에 따라 한국노동시장에 새로운 유형의 ‘임금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노조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14일 직원들에게 약 200억원의 밀린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노사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합의에 따라 이날 약 1만3000명의 전·현직 직원이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6월말까지 밀린 미지급 시간외수당 총 209억원을 받았다. 

 

앞서 1월 대법원은 기업은행 노조와 퇴직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관련 2심 판결에서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최종 판결에서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고, 일단 노사 합의로 우선 작년 말 이후 시간외수당부터 늘어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새로 산출해 이날 추가로 나눠준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이지만, 새 통상임금 기준에 따른 일부 소급분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며 "금융위원회도 이 소급분을 총인건비 제도의 예외로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처럼 금융업을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은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선제적으로 거액의 시간외수당 소급지급을 선택했다. 반면에 기아차 등 제조업 대기업은 노사간에 장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행의 기존 주요 노동조합인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산하이다. 기아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소속이다. 


그나마 기아차 노조는 사측과 법정 다툼을 통해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지만, 대다수 중견 및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 2심을 파기환송한 사건은 법리 해석과 제도 대응 모두에서 향후 기준점이 될 판결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그 파장이 산업·기업별로 극명하게 갈리며 노동시장 내 새로운 불균형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인정 취지로 파기환송… 핵심은 ‘고정성 요건’ 폐기


대법원은 지난 1월 기업은행 퇴직자 및 현직 직원 일부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판결(서울고법)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핵심 요지는 “정기상여금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기존 판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기업은행이 "정기상여금은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항소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즉, 정기상여금이 일정한 주기와 비율로 지급되고, 사측 재량 없이 지급 기준이 명확하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요건'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임금 구조를 가진 금융권,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기환송심 이후 절차는?… ‘기업은행 vs 노조’ 쟁점 재정리 절차 남아

 

이번 사건은 아직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을 파기했기 때문에,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심리인 ‘파기환송심’ 절차를 거치게 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사건을 재심리해서 기존 2심의 판단과 달리,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일관성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환송심 판결이 나오면, 당사자 중 한쪽이 불복할 경우 재상고 가능하고, 재상고가 이뤄지면 대법원이 다시 심리해 확정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기업은행 사건은 법적으로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다.  사법적 확정은 빠르면 수개월, 늦으면 1~2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기업은행은 ‘선제 소급 지급’… 지급 대상자는 소송과 별개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은행은 지난 14일, 약 1만3000 명의 전·현직 직원에게 209억 원 규모의 시간외수당을 선제 소급 지급했다. 다만 이 소급 지급 대상은 소송에 직접 참여한 인원이 아니라, 노사 임단협 합의에 따라 일괄 적용한 조치다.


실제로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원고는 퇴직자와 일부 현직 직원 등 수십여 명 규모였으며, 전체 직원 대비 소수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이 노조 측 논리에 힘을 실어주자, 기업은행은 판결 확정 전이라도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기간의 시간외수당을 새 기준으로 정산해 선제 지급한 것이다.


이처럼 판결 전 대응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기업은행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예대마진)와 정부기관 승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기아차는 10년간 법정다툼… 대법원 확정에도 지급은 ‘선별적’

 

기아차의 통상임금 분쟁은 기업은행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소송은 2011년 기아차 노동조합이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며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비롯됐다.


2017년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약 1조 원 지급 판결) 판결이 나왔고, 2018년 2심에서 지급액이 축소됐다. 결국 2020년 7월 대법원은 기아차 패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기아차는 “소송 당사자에 한해 개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전체 직원에게 일괄 소급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측이 경영상 부담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며, 현재도 일부 퇴직자·현직 직원이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결국 동일한 법리에 대한 판결임에도, 기업별 재정 여력과 노사관계에 따라 대응 방식이 판이하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중소·중견기업은 ‘그림의 떡’… 사법 정의의 사각지대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는 대다수 중소·중견기업 노동자들이다. 이들 기업은 정기상여금 자체가 없거나, 지급의 고정성이 불명확해 통상임금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노조 부재, 법무 역량 부족 등으로 인해 소송을 통한 권리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통상임금 확대라는 정의는 상위 20% 노동자에게만 닿을 수 있는 실정인 것이다. 거대 노조를 기반으로 한 노동계의 사법적 권리 보장 노력이 사회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정부·국회가 나서야… ‘형평성 있는 임금제도 개편’ 논의 시급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원칙적으로는 모든 노동자에게 공통 적용되어야 하는 법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의 여력, 노조의 존재 여부, 정부의 승인 여부 등에 따라 적용 편차가 매우 크다.


정부는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통상임금 적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일정 소급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적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국회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간접지원 제도와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상담 인프라 확충 등 입체적 접근이 요구된다.


동일한 법리, 다른 현실… ‘정의의 불균형’ 해소가 과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헌법상 ‘정당한 임금 지급’이라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판결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 간 대응격차, 노동자의 교섭력 차이로 인해 그 ‘정의의 실효성’이 계층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연결하는 정부의 제도적 응답이다. 정의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과 제도 설계, 그것이 지금의 통상임금 재정비 과정이 양극화가 아닌 평등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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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경제(119)] 기업은행의 '시간외수당 소급지급'에 담긴 ‘통상임금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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