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2026-01-1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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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엄마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든 초등학생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굿잡뉴스=권민혁 기자] 한국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일본·대만 등 주요 동아시아 국가보다 낮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저출산이나 일자리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자녀 교육에서 어머니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역할과 사회문화적 규범이 결합된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른바 ‘M커브 곡선’ 현상이 한국과 일본에서는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대만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 여러 함의를 던진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20일 발간한 「아시아 브리프」에 따르면, 세치야마 가쿠(瀨地山角)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교수는 한국·일본·대만의 여성 고용 통계를 비교하면서 “한국 여성은 30대에 접어들며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락하는데, 그 원인은 단순히 육아 부담이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에서 어머니가 사실상 ‘주도자’로 기능하는 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 30대에 급락...출산율은 낮은데 M 커브는 일본보다 가팔라


여성가족부가 2023년 12월 발표한 「여성경제활동백서(2023)」에 따르면, 국내 여성 고용률은 2529세 74.3%에서 3034세 71.3%, 35~39세 64.7%로 급락한다. 20대 후반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결혼과 출산·양육기에 접어드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이 현상을 그래프로 그리면 ‘M자’ 모양이 나타나는데, 이를 ‘M커브 곡선’이라 부른다. 세치야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만, 한국은 낙폭이 더 크다. 반면 대만은 이런 곡선 자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출산율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4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명, 한국 통계청이 2024년 8월에 집계한 결과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집계됐다. 아이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성의 30대 경제활동 이탈 폭이 일본보다 더 크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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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대만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도표=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제공]

 


대만, '엄마 신화' 약해 VS. 일본 '3세 신화' VS. 한국 "대입까지 엄마" 

 

세치야마 교수는 이번 기고문에서 “일본 사회에도 아이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3세 신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는 학교와 학원, 지역사회가 학습 지도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어머니는 파트타임 근로를 병행하며 노동시장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 입시까지 ‘엄마의 역할’이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학원 선택, 숙제 지도, 입시 준비 전 과정에서 어머니의 노동 투입이 당연시된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서 크게 화제가 된 ‘기러기 아빠’ 현상 역시 이러한 교육·돌봄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만의 경우는 또 다르다. 대만 행정원 주계처가 2024년 발간한 「인력자원조사연보」에 따르면, 대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이는 중국·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 사회 전반에 ‘아이 곁에 반드시 어머니가 있어야 한다’는 규범이 약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사회 구조적 요인도 3040 한국 엄마의 고용시장 이탈 요인


문화적 요인 외에도 구조적 제약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는다.


첫째, 돌봄 인프라의 부족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은 꾸준히 확충되고 있으나, 대기 수요는 여전히 20% 이상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에서 선호하는 야간·방과후 돌봄 서비스는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부족하다.


둘째, 기업의 근로환경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비율이 42%에 달했다. 장시간 근로문화와 승진 불이익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셋째, 성별 임금격차다. OECD가 2024년 9월 발표한 「성별 고용 및 임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여성 경제활동이 가정 소득에 미치는 기여도가 낮게 인식되는 요인으로 작용해, 자녀 교육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 유인을 줄이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가파른 'M커브', 더 큰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비용 초래


IMF가 지난 해 10월 발표한 「Gender and Growth」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고용률이 OECD 평균 수준으로만 올라가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0% 성장할 수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곧 국가 경제 성장잠재력 약화를 의미한다.


또한 출산율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 가능성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현재 한국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8명에 머무는 배경에 ‘일·가정 양립 불가능’이라는 현실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문화·제도 혁신이 ‘M커브’ 줄일 수 있어

 

대만의 보육정책은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대만은 2020년대 초반부터 조부모 돌봄 보조금과 지역사회 기반 보육시설 확충을 추진해, 맞벌이 여성의 노동시장 잔류율을 높였다.


북유럽 국가들은 남성의 돌봄 참여를 제도적으로 강제했다. 예컨대 스웨덴은 아버지 육아휴직 ‘Daddy Quota’를 도입해 전체 육아휴직의 일정 기간을 남성이 반드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를 촉진하는 동시에 남성의 돌봄 참여 문화를 제도적으로 고착화시켰다.

 

한국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저하는 단순히 출산율이나 일자리 수급 문제가 아니라, 교육문화·돌봄체계·기업환경이 얽힌 복합 현상이다. ‘아이 교육은 엄마 몫’이라는 문화적 압력이 완화되지 않는 한, 여성의 노동시장 잔류율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단순한 성평등 의제가 아니라 경제성장 전략이다. 돌봄의 사회화, 기업의 근로환경 개혁, 문화적 인식 전환이라는 세 축이 맞물릴 때 비로소 한국은 M커브 곡선을 완화하고 여성 인력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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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경제(126)]출산율 낮은 한국의 ‘M 커브', 일본보다 심각해…교육·문화의 벽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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