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2026-04-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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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조가 27일 경기 성남 그린팩토리 앞에서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2차 집회를 열었다.

 

 

법 시행 전부터 달아오른 노동 현장

 

[굿잡뉴스=권민혁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동계와 재계 모두 술렁이고 있다. 대통령 공포 후 6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는데도, 노동자들은 이미 이 법을 근거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27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파견법 위반 집단 고소에 나섰고, 같은 날 네이버 계열사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첫 집회를 열어 모기업의 직접 교섭 책임을 촉구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두 사건 모두 ‘실질적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 집단 고소, 불법파견 논란의 재점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1,892명은 현대제철을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집단 고소했다. 이들은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불법 파견을 유지해왔으며,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교섭 요구마저 외면해 부당노동행위가 반복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대제철 사례는 오래된 제조업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간접고용·불법파견 논란을 다시 부각시킨다. 노동자들은 “검찰이 원청의 범죄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이는 단순한 임금 갈등이 아니라, 사법적 판결을 통해 원청 사용자 책임을 법적으로 확정짓고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 자회사 노조들, 법 시행 전 직접 교섭 요구


같은 날 오후, 네이버 본사 앞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의 투쟁이 전개됐다.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6곳의 노동자들과 함께 2차 집회를 열고, 모회사 네이버가 직접 임금과 단체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별 인센티브의 통상임금 인정, 연봉 삽입, 합리적 연봉 인상률 보장을 내걸었지만 핵심은 ‘계열사 개별 교섭’에서 벗어나 ‘모기업과의 직접 교섭’을 쟁취하는 데 있었다.


이 요구는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근거한다. 개정된 법은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자로 확장했다. 네이버 노조는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들의 인사와 업무를 지배한다면, 더 이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노조 측은 법 시행일을 기다리지 않고 법 개정 취지를 현실화하라며 사회적 압박을 강화하는 중이다.


공통된 쟁점, ‘실질적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


현대제철과 네이버 사건의 공통점은 원청 또는 모기업이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면서도 형식적 고용 관계를 이유로 책임을 피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 데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는 불법파견이라는 전통적 제조업 현장의 문제이고, 네이버는 자회사·손자회사 고용구조라는 IT 업계 특유의 문제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법적 형식상의 사용자와 실제로 노동을 지배하는 사용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공유한다.


다른 투쟁 방식, 사법 단죄와 사회적 압박


투쟁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기존 법률을 근거로 사법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불법성을 단죄하려 한다. 법정 판결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확정짓는 접근법이다. 반면 네이버 노조는 새로 개정된 법의 취지를 앞당겨 현실화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집회와 여론전을 통해 사회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향후 교섭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즉, 현대제철은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위법성에 방점을 찍은 반면, 네이버는 “법이 바뀌었으니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변화 요구를 선제적으로 던지고 있다.


노동계, 왜 노란봉투법 시행 전 투쟁 나섰나


노조가 법 시행을 기다리지 않고 요구를 제기하는 것은 단순한 성급함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이다. 첫째, 법이 곧 효력을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지금부터 여론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있다. 둘째, 교섭이 결렬된 상황에서 법 개정 취지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원청에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노린다. 셋째, 향후 법적 분쟁에서 “법 통과 직후부터 교섭을 요구했다”는 근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상태에서의 요구를 시기상조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처럼 여론에 민감한 기업은 사회적 이미지 리스크 때문에 단순히 “아직 시행 전이다”라는 논리로 방어하기 어렵다. 이처럼 법 시행 전 요구는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정치·사회적 압박 효과는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원청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비판적 시각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과잉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에 시행되도록 유예기간을 둔 만큼, 이를 무시하는 것은 법 체계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옹호하는 측은 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고 대통령 공포만 남은 상태라면 사회적 책임 있는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노동운동은 법적 구속력만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정당성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시행 전 투쟁은 정당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향후 쟁점은 법 시행 이후 법원이 어디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현대제철 불법파견 고소 결과와 네이버 노조의 교섭 요구는 결국 같은 흐름 위에서 맞물리게 될 것이다.


‘원청 책임 시대’ 개막의 예고편


현대제철의 집단 고소와 네이버 노조의 집회는 서로 다른 산업과 방식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원청 사용자성’ 확대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제조업에서는 불법파견 문제, IT 업계에서는 자회사 지배 구조 문제가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사법 단죄를 통한 제도적 변화를, 네이버는 법 개정 취지를 앞당겨 현실화하는 사회적 압박을 선택했다.


이 두 사건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할 거대한 변화의 서막을 알린다. 다만 법 시행 전 요구가 시기상조인지, 전략적 선제인지에 대한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형식적 고용주와 실질적 사용자” 사이의 간극을 어디까지 메울 것인지, 그리고 원청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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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이슈] 현대제철과 네이버, 노란봉투법 시행 전 선제적 투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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