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은퇴 65세, 실제는 56세…9년의 간극
[굿잡뉴스=이성수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은퇴 시기는 평균 65세였다. 그러나 실제 은퇴한 사람들의 평균은 56세로, 무려 9년이나 빨랐다. 이처럼 은퇴 시기와 현실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가 갑작스럽게 닥치는 경우가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5세부터 74세까지 전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생활비 마련에 대한 불안은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시작하는 평균 나이가 48세라는 점은, 준비 기간이 턱없이 짧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소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노후 준비' 현실
국민들이 생각하는 노후의 최소 생활비는 월 248만원이었다. 이는 의식주 해결만을 기준으로 산정된 금액이다. 반면 적정 생활비는 여행, 여가, 손자녀 지원 등까지 고려해 월 35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고 답한 금액은 월 23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최소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적정 생활비와 비교하면 120만원가량 부족하다.
2023년 조사에 비해 최소 생활비는 3만원, 적정 생활비는 19만원 줄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경기 불안과 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이 국민들의 기대치를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체감 비용이 줄었다고 해서 노후 생활의 실질적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적은 돈으로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노후 생활비의 조달 수단으로는 국민연금이 88.6%로 압도적으로 높게 꼽혔다. 금융소득(50.2%), 근로소득(47.5%), 개인연금(47.8%), 퇴직연금(42.2%) 등이 뒤를 이었지만, 여전히 다수 국민이 국민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적정 생활비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제도가 구조적 개혁 없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수급액은 고령층의 생계 유지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품위 있는 생활이나 여가, 의료비 충당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택을 담보로 매월 생활비를 지급받는 주택연금에 대한 인식도 저조했다. 활용 의향이 있거나 이미 받고 있다는 응답은 33.3%에 불과했고, ‘활용 의사가 없다’(33.0%), ‘생각해 본 적 없다’(33.6%)는 답변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전히 부동산을 ‘살아서 자녀에게 물려줄 자산’으로 보는 문화적 관성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추진할 해법은 연금 개혁과 고령 일자리 확충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노후 빈곤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20만원의 생활비 격차는 단순히 가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복지·경제 구조와 직결된다. 20년 은퇴 생활을 가정할 경우, 부족액은 3억원에 달한다. 이 격차를 방치할 경우 고령층의 빈곤율은 더욱 심화되고, 사회안전망 부담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두 가지 방향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연금 수익률과 지급액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은퇴 연령을 현실에 맞게 늦추고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희망 은퇴 나이가 65세임에도 실제 은퇴가 56세라는 현실은 노동시장 제도와 기업 고용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다. 의료·교통·주거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노후 친화적 도시 정책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