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2025-11-1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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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만 25% 관세, 역전된 무역 지형


[굿잡뉴스=권민혁 기자] 미국 정부가 일본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면서, 한국만 홀로 25%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유럽은 24일(현지시간)부터 새로운 관세 체계가 확정돼 실행됐다. 이에 따라 일본과 유럽 브랜드는 수출 가격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반년 가까이 25%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며 미국 시장에서 가격 전략을 구사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픽업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무관세로 수출하며, 일본과 유럽은 2.5%의 기본 관세를 부담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통상 환경이 바뀌면서, 한국이 역설적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형국으로 뒤집힌 것이다.


투싼·아이오닉5·제네시스…가격 역전 시나리오 현실화


실제 가격 시뮬레이션은 그 파장을 실감하게 한다. 현대차의 미국 베스트셀링 모델인 투싼은 현재 최저 판매가가 2만9,200달러(약 4,121만원)로, 독일 폭스바겐 티구안(3만245달러·4,268만원), 일본 도요타 라브4(2만9,800달러·4,205만원), 혼다 CR-V(3만920달러·4,364만원)보다 최소 1,000달러 이상 저렴하다. 하지만 25% 관세가 그대로 반영될 경우 투싼의 가격은 3만6,500달러로 치솟아, 15% 관세가 적용된 티구안(3만4,782달러), 라브4(3만4,270달러), CR-V(3만5,558달러)보다 모두 비싸지게 된다. 한국차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가성비’ 우위가 단숨에 무너지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전기 SUV 아이오닉5는 기본 가격이 4만2,600달러로, 폭스바겐 ID.4(4만5,095달러)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반영되면 아이오닉5는 5만3,250달러까지 올라가는 반면, ID.4는 5만1,859달러에 그쳐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 오는 9월 30일부로 미국 내 최대 7,500달러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추가적인 역풍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G80 세단은 5만8,450달러로, 메르세데스-벤츠 E350(6만3,900달러), BMW 530i(5만9,900달러), 아우디 A6(5만8,100달러)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대에 포지셔닝되어 있다. 그러나 관세가 모두 반영되면 G80의 가격은 7만3,062달러로 상승한다. 이 경우 E350(7만3,485달러)와는 수백달러 차이밖에 나지 않고, 530i(6만8,885달러), A6(6만6,815달러)보다 수천달러 더 비싸진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상대적 가격 우위가 사라지면, 메르세데스·BMW·아우디에 맞서온 제네시스의 전략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매달 7000억원 관세 부담, 일자리 충격으로 번질 위험


가격 역전은 단순히 소비자 선택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는 곧 기업 수익성과 고용 문제로 직결된다. IBK투자증권은 현 수준의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현대차·기아가 매달 약 7,000억원의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잠식할 뿐 아니라, 미국 현지 고용과 한국인 기술자 파견 인력의 일자리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지난 2분기에만 관세 영향으로 합산 1조6,142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 그나마 2분기에는 재고 물량으로 일부 충격을 흡수했지만, 3분기 이후에는 관세 충격을 완화할 여력도 소진되고 있다. 관세가 장기화하면 판매량 감소, 가격 인상, 비용 절감 압박이 뒤따르고 이는 미국 내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비롯한 생산기지와 고용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제네시스는 GV70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 대부분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이 때문에 관세를 회피할 여지가 적고, 미국 내 판매 감소가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경우 한국과 미국 모두의 일자리에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 기술자, 교포 사회 근로자, 현지 고용 인력 모두가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기업 공조해 해결책 마련해야 일자리도 지킬 수 있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3조86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67억700만유로(약 11조467억원)를 기록한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처음으로 제치고 글로벌 수익성 ‘톱2’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관세 차별로 매달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이 잠식된다면, 이 지위가 다시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은 지난해 미국에 75만8,000대를 수출해 한국(143만대), 일본(137만대)보다 물량은 적었지만, 수출액은 약 64조원으로 한국(48조원), 일본(56조원)을 압도했다. 고가 프리미엄 모델 비중이 높은 유럽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무기였던 한국 업체의 손실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국익을 지키기 위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완성차와 부품 기업에 관세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넘기기보다는 인센티브 지급 등으로 분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동시에 글로벌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산업 생태계를 안정화하지 못한다면, 관세 차별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인의 미국 내 일자리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자동차만이 미국 시장에서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현실은 단순한 가격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투싼·아이오닉5·제네시스 등 주요 모델들이 경쟁차보다 비싸지는 순간, 판매량 감소와 영업이익 하락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이는 곧 미국 현지 공장과 한국 기술자 파견, 교포 근로자 일자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통상 협상력과 정책적 지원 없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과 한국인의 일자리 기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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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가격 경쟁력 붕괴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지는 한국인의 일자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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