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점포 수, 2022년 8만7108개에서 2024년 9만2,885개로 6.6% 증가
점포는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감소, 본사 매출은 커지는 불평등 구조 고착화
[굿잡뉴스=권민혁 기자]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 동력이 본사에 집중되고 가맹점에는 체감되지 않는 불균형 성장이 3년 사이 더 선명해졌다.
리더스인덱스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커피·음료, 치킨, 피자, 편의점, 제과제빵, 외식, 화장품 등 7개 업종의 가맹본부와 가맹점 현황(2022~2024년)을 분석해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은 늘고 가맹점 매출은 줄었다. 다만 커피·음료 업종만은 본사와 가맹점이 동시에 성장해 예외를 이뤘다.
먼저 점포 수는 2022년 8만7,108개에서 2024년 9만2,885개로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맹본부(본사) 매출은 43조1,565억 원에서 47조7,963억 원으로 10.8% 늘었지만,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3억2,723만 원에서 3억248만 원으로 7.6% 감소했다. 즉 점포는 늘었지만 점포당 매출은 줄어듦에 따라 점주 수익은 줄고 본사 매출은 오히려 커지는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피자가 불균형의 상징처럼 드러난다. 7개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 매출은 4,189억 원에서 1조1,193억 원으로 66.5% 증가한 반면,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은 3억5,381만 원에서 3억1,163만 원으로 11.9% 감소했다. 가맹점 수는 1,757개에서 1,895개로 7.9% 늘어 시장 포화가 점포당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 전형적 양상이 확인된다.
외식 업종도 비슷한 구조다. 54개 본사 매출이 29.7% 증가하는 동안 가맹점 평균 매출은 16.4% 감소했다. 제과제빵에서는 8개 본사 매출이 5.0% 증가하는 사이 가맹점 평균 매출이 18.7% 줄었다.
커피·음료만 동반성장...가맹점수 19.2% 증가,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도 14.1% 성장
반면 커피·음료만은 동반 성장의 유일한 예외다. 17개 본사의 가맹점 수가 9,661개에서 1만1,513개로 19.2% 증가해 업종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본사 매출도 2조9,563억 원에서 3조9,447억 원으로 33.4% 확대됐다. 특히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도 14.1% 늘어 ‘출점 확대 → 본사 매출 증가 → 점포당 매출 개선’의 선순환이 확인됐다.
산업의 구조를 가늠하게 하는 보조지표도 흥미롭다.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편의점으로, 2024년 기준 5만5,33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CU가 1만8,458개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했다.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테이스티코리아의 중식당 ‘매란방’으로, 2024년 기준 11억4,680원을 기록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외식, 치킨, 피자, 편의점 업종에서 가맹점 수는 늘고 점포당 매출은 줄어드는 시장 포화의 전형적 문제가 나타났다”며 “3년간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장 불균형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본사만 커지고 점주는 왜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하나
이 같은 현상은 핵심적 사실들을 드러낸다. 첫째, 수익의 분배 구조가 본사 쏠림으로 기운다는 사실이다. 본사 매출 성장의 경로는 대체로 △로열티(매출연동형·정액형) △원부자재 납품 마진 △광고·프로모션 공동비 부담 △물류 서비스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출점이 늘면 본사 매출은 로열티·납품·물류에서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반면 점포당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해도 본사는 출점 확대와 본사 단가 정책으로 매출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대형 프로모션은 본사 브랜딩에는 유리하지만, 할인 비용과 인력·재고 부담이 점포에 전가될 경우 가맹점 마진을 더 얇게 만든다.
둘째, ‘과밀 출점’과 ‘내수 정체’의 결합이다. 피자와 외식, 제과제빵에서 점포 수가 늘면서 점포당 매출이 뚜렷하게 떨어진 것은 수요의 파이는 비슷하거나 축소되는 반면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방증이다. 같은 상권에 유사 콘셉트의 매장이 촘촘히 들어서면 매출 파이가 쪼개지고, 가맹점 간 출혈 경쟁이 벌어진다. 본사는 단기적으론 외형 확장에 성공하지만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훼손된다.
세 번째는 비용의 상방 경직성이다. 인건비·임대료·배달 플랫폼 수수료·에너지 비용 등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원부재료는 글로벌 원자재 사이클에 따라 변동하지만, 표준 레시피와 본사 납품 구조가 고정돼 있는 프랜차이즈는 점주가 자체 원가 최적화에 개입할 여지가 작다. 매출이 줄어도 비용은 잘 줄지 않으니 영업이익률은 급격히 악화된다. 이때 본사가 납품 단가를 유지하거나 인상하면, 점주는 ‘매출 하락 + 원가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한다.
‘출점의 질’과 ‘분배의 룰’이 지켜져야
이 같은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출점의 질 관리'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일 상권 내 과밀을 방지하는 점포 보호기간과 거리 제한의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본사가 정보공개서에 상권별 '자기잠식' 시뮬레이션 지표와 폐점률·평균 회수기간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면, 무리한 확장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가맹 희망자에게 보수적 매출 추정치(최소·중간·상단)와 비용 민감도 분석을 표준화해 제공하도록 하여, 기대수익의 과장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나아가 분배의 룰을 재정비해야 한다. △매출 미달 시 로열티 감면·유예 △광고·프로모션 비용 분담의 투명성 △원부자재 납품단가 연동(국제 원자재·환율) △상생협약 이행평가의 공개성 강화 등이 핵심이다. 본사가 공격적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동안, 비용이 점주에 과도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이익 공유형 로열티(영업이익 연동·구간별 차등)'나 '성과 인센티브 환급' 같은 상생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익분배의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점주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 폐점 증가와 상권 붕괴는 브랜드 신뢰와 산업 파이 자체를 훼손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무차별적 출점 경쟁을 ‘질 중심’으로 전환하고, 비용·이익의 분배 룰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