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일 2025-11-14(금)
 
여성고위공무원.png
[일러스트=연합뉴스]

 

[굿잡뉴스=이성수 기자]정부 중앙부처에서 여성 고위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14%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개 기관에서는 여성 고위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공직사회 내 ‘유리천정’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9개 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전무’… 평균 14.2%에 불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1,608명 가운데 여성은 228명으로 전체의 14.2%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약 13%)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공직사회의 성별 불균형이 뚜렷한 수준이다.


여성 고위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부처는 무려 9곳에 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금융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새만금개발청, 소방청, 우주항공청, 조달청, 해양경찰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이 그 대상이다. 이 밖에도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1개 부처는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처가 일부 존재하지만, 이런 곳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을 뿐, 대다수 핵심 부처는 여전히 남성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고위공무원’은 누구인가… 실질적 권한 쥔 국장·실장급 인사


이번 통계에서 말하는 ‘고위공무원’은 단순히 직급이 높은 일반 공무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 기준으로 고위공무원단(Senior Executive Service, SES)은 국가공무원 중 정책과 조직의 관리 등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인물로, 1~3급 상당의 직위자가 이에 해당한다. 즉, 중앙부처 내 실장·국장급 간부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언급된 ‘여성 고위공무원 14.2%’는 과장(4급) 이하 일반직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 대비 비율이 아니라, 국가 정책결정과 인사권 행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위직 중 여성의 비중을 뜻한다. 이는 곧 행정부 내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여전히 미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중앙부처 본부 과장급(4급) 여성공무원 비율 역시 31.3%에 불과했다. 특히 공수처, 새만금개발청,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4곳은 과장급 여성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고, 특허청과 민주평통사무처의 비율도 각각 5.3%, 9.1%로 극히 낮았다.


■ 평균값 착시에 숨겨진 '구조적 유리천정' 여전


정춘생 의원은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해 갈 길이 멀다”며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은 일부 부처 덕분에 평균값이 상승한 것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실적이 낮은 부처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성평등가족부가 구체적 개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와 인사 구조 전반의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행정조직의 장시간 근무 관행, 육아휴직 이후의 경력단절, 남성 중심 네트워크 등 복합적 요인이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직·특수직 중심 부처의 경우 여성 인력 자체가 부족해 구조적 한계가 지속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히 비율을 높이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직군별 승진비율 조정 ▲경력단절 여성 리더십 교육 확대 ▲부처별 인사책임자 성평등 성과평가 강화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성 공무원이 전체 공직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책결정 핵심부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 고위공무원이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 인사제도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결국 ‘양성평등 인사정책’이라는 정부의 구호가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치상의 평균이 아니라 부처별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는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통계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태그

BEST 뉴스

전체댓글 0

  • 3494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정책 이슈] 충격적인 '유리천정' 실태, 9개 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0명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